십만

2023. 3. 23. 22:40 from 私談Ⅰ

사람들은 이런 슬픔을 대체 어떻게 견디는 걸까

5개월을 넘게 내 전공도 아닌 일로 주말출근을 해야만 했던 일을, 마침내 힘들다고 했을 때 내 손에 떨어진 현찰 십만원을.

 

그 십만원을 전혀 상관도 없는 상사가 쥐어줬을 때의 그 절망감을.

 

그 십만원을 누가 질투할까봐 얘기하지 말라던 그 상사를 어떻게 참아내는 걸까. 너무 고통스럽다.

십만원.

 

내 하루치 휴일수당도 안 된다.

 

누가 그걸 질투하겠어. 불쌍해하겠지.

그걸 자기 몫도 아닌데, 그 돈을 자기 지갑에서 꺼내주는 상사를.

 

본인이 주는 월급도 아닌데 본인이 미안해하는 상사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참아내는 걸까.

 

이런 얘기를 누구한테해. 친구한테? 가족한테?

십만원을 받아서 고통스럽다는 말을 대체 누구한테 해.

울음도 안 나와.

절망만 남았어. 나는 한 달을 더 내 전공과도 상관없는 일을 해야돼.

 

차라리 그냥 힘들다고 불평할 때가 나았지.

이런 십만원, 위로금도 안 되는 불쌍한 돈 받을 바에는 그냥 입 내밀고 일하고 말았지.

 

이런 일을,

사람들은 이런 일을 어떻게 견디지? 제발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.

이런 고통을 어떻게 견디지?

 

사람들은 직장 내 따돌림 주동자가 나보다 예뻐서 좋다는 상사의 말을 어떻게 견디지?

그러면서 껴안기는 나를 껴안으려는 그 인간을 어떻게 견디지?

이 빌어먹을 모멸감. 나는 왜 이러지?

 

이런 고통.

 

십만원에 차마 울지도 못하면서,

직장내 괴롭힘 주동자 A는 못생겨서 싫단 말에 별 생각 없었으면서 B는 나보다 예뻐서 좋단 소리에 밀려오는 모멸감을 어떻게 견디는 거지?

 

 

 

Posted by 순복¹²⁷ :